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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Leadership

팀장으로 산다는 건

by Flicia 2021. 8. 1.

요즘엔 실무, 자기계발보다도 관리, 리더십쪽에 관심이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흥미를 붙이게 된 건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걸은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나에 대한 이야기는 나를 잘 아는 가족 또는 친구에게 털어놓는 것도 좋지만 업무에 대해서는 확실히 나보다 이 길을 먼저 걸은 선배들의 경험담을 듣고 조언을 구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이 '원티드'에서 운영하는 'Wanted Live Talk'인데,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깊은 연사들이 약 한 시간의 시간동안 비대면 화상회의 채널을 통해 강의를 한다. 비대면 강연, 혹은 일종의 웨비나라고도 볼 수 있겠다.

 

HR, 마케팅, 디자인, 개발 등 여러 분야에 대한 이벤트가 주기적으로 열리고 있지만 나의 갈증을 즉각적으로 해결해 줄 리더십, 인사에 관련된 이벤트에 주로 참석하곤 한다. 그렇게 듣게 된 것이 1. 회사를 구하는 인사, 2. 팀장으로 산다는 건, 3. 더현대 서울, 브랜드 이야기가 있다. 이 글에서는 그 중 2. 팀장으로 산다는 건 이라는 강연을 듣고 내 개인적인 견해를 적어보려고 한다.

 

나는 팀장이다. '팀장'이 단순히 한 부서에서 담당하는 업무와 직원관리를 총괄하는 책임자라고 말한다면 그런 역할을 맡은지는 약 5년이 되었다. 한 명의 직원이 한 부서의 책임자가 되는데에는 두가지 루트가 있다. 해당 직무에서 총 경력이 최소 5년 이상되어 최소 대리(규모가 작은 조직의 경우) 이상의 직급을 가지고 있을 때 이 사람이 그 팀에서 직무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되어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책임자의 직책을 주는 경우, 또는 동일 직급이 있거나 더 상급자가 있지만 이 사람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어 직책을 되는 경우.

 

처음에는 두번째 이유로 나는 소위 말하는 '책임자'가 되었지만 이제는 첫번째와 두번째에 모두 해당된다. 이렇게나 세월이 빠르게 지나간다. 이 강연의 연사인 '김진영' 팀장님은 사전 인터뷰로 몇가지를 작성 요청 하셨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항목은 당신은 제너럴 리스트인가요? 스페셜 리스트인가요? 였다. 

 

이 부분에 대해 최근 들어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마침 사전 인터뷰 항목으로 작성되어있어서 반가웠다. 누군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는 내가 제너럴 리스트라고 말한다. 아마 팀장들은 모두 제너럴 리스트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본인에게 주어진 강도 약한 업무만을 도돌이표처럼 순환하는 1~3년차 시절을 지나 숙련도와 내공이 쌓이게 되면 본인의 업무 외에도 직원을 관리하고 도와주는 선임의 역할인 주임, 대리를 거쳐 팀의 모든 업무를 무리없이 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한 조직의 책임자라는 역할이 주어지는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일만 잘한다고 팀장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담당하는 업무를 잘 수행하는 사람이 반드시 관리까지 잘 할 수 있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강연에서도 연차가 쌓여서 팀장의 직책을 맡은 분 중에도 관리자의 역할에서 본인의 성향과 역할 갈등이 발생해 고민을 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나는 필연적이게 사람의 성향중에는 리더형, 팔로워형이 구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관리하는 조직에도 연차가 있고 본인 업무를 잘 수행하면서도, 신입 직원을 교육하고 도와주는 사수의 업무를 맡기면 포기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직원들을 관리하고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개인 면담을 진행해보면 꼭 '나는 눈에 띄고 싶어, 나는 앞에 나서고 싶어'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는 조용히 내 업무만 하고 퇴근 하고싶어, 괜히 남들과 트러블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성향이 다른 것이지 둘 중 어느 하나가 잘못 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확실히 위 두 유형 중에서는 첫번째 유형이 실제로 관리자가 되는 경우가 대다수인것 같다.

 

이렇게 관리자가 되고 나면 또 한번 시련이 다가온다. 남에게 미움받기를 두려워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관리자를 처음 맡게되면 아주 힘들어한다. '팀장님'이라는 호칭에서 오는 벽을 두고 어려워하는 팀원들이 있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팀원들도 있다. 물론 믿고 의지하며 힘이 되어주는 팀원들도 있다. 회사에 내 소속 팀 직원들만 있나? 대표(사장), 그 외 타 팀 팀장, 타 팀 팀원들과의 관계도 완만히 유지해야한다. 생각만해도 피곤하다... 그렇다, 팀장은 외롭다.

 

팀 실적이 좋다든지 하는 좋은 일이 있을 경우,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지만 힘들고 어려운 일을 팀원들에게 터놓고 힘들어 할 수 없다. 팀원들이 팀장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팀장은 힘들 때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 혹은 팀원들끼리 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게하는 공공의 적이 될 수도 있다. 리더와 동료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매일의 연속이다. 

 

이런 이유로 착한사람병에 걸리는 팀장도 있다. 미움받기 싫어서 지적이나 피드백 등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사람들. 그런데 이런 착한사람병에 걸린 사람들이 팀장이 되면 그 조직은 더 위험해진다. 실수해도, 성과가 좋지 않아도,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회사의 분위기를 망쳐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나갈 사람이 없는것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한번 나쁜 소리를 하더라도 조직을 바른 길로 이끌어 나가는게 좋은 팀장이라고 생각한다. 이 착한사람병에 걸린 팀장은 내가 미움받기 싫다고 회사 전체를 침몰하게 만드는 '방임자'이다. 

 

계속 언급하는 부분이지만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팀을 운영해나가는 팀장도 있다. 존중한다. 그렇게 운영해도 팀 성과가 좋다면. 분명 이 사람들은 팀원들의 실수나 잘못된 업무 방식을 피드백 할 용기가 나지 않아 그대로 진행하고 있거나 본인이 야근을 하면서 열심히 뒷처리 하고 있을 것이다.

 

팀장으로 산다는 건, 나는 보람찬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팀 내 업무의 효율성을 재고하기 위해 프로세스를 만들고, 직접 매뉴얼을 만든다. 업무를 적절하게 팀원의 성향에 따라 분배하고 업무가 과중될 경우 신입 직원을 직접 면접하고 채용하며 교육한다. 그리고 팀에서 한 사람의 몫을 해줄 구성원으로 성장시킨다. 그러는 중에도 기존 팀원들의 업무를 계속 확인하고 누락, 실수가 없는지 확인한다. 잘 된 부분은 칭찬하고 잘못 된 부분은 피드백한다. 따라오기 벅차하는 팀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면담하고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회사 전체의 발전을 위해 타 팀과 업무를 조율하고 또 우리 팀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성과로 보여주며 우리 팀에서 할 수 없는 업무로부터 적절히 방어해야 팀원들이 지치지 않는다. 좋은 일이 있다면 팀원들의 성과이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방향제시를 잘못한 팀장의 탓이다. 

 

이렇게 쭉 나열하고보니 팀장으로 산다는 건, 참 힘들고 피곤하다. 그럼에도 내가 팀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건 나를 믿고 의지 해주는 팀원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최고가 아니더라도 나를 '팀장님' 이라고 부르며 좋은 일은 같이 기쁨을 나누고 힘든 일은 나눠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팀원들이 있기에 팀장은 빛날 수 있다. 누구든지 완벽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팀으로서, 같은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동료이자 소중한 존재다.

 

팀장으로 산다는 건, 내가 아닌 우리가 되는 것이다.